주유소 억대 습격 사건

애물단지가 황금알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좁디좁은 서울은 날이 갈수록 개발할 수 있는 땅이 고갈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새롭게 떠오른 개발지가 있으니, 주유소입니다. 오가면서 보셨겠지만 대부분 서울 안에 들어선 주유소는 넓은 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지도 상당히 좋습니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들어서는 전략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죠. 많은 개발업자들이 그 부지를 오피스텔 등 건물을 세우는 곳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여의도 에스트레뉴/출처:구글이미지

여의도 랜드마크 중 하나인 복합빌딩 에스트레뉴는 sk주유소(563평)의 터에 올린 건물입니다. 지상 36층 규모로 상업시설과 오피스텔이 118실이나 들어가 있습니다. 여의도는 대표적인 역세권이자 인구밀집 지역으로 기가 막힌 입지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주는 수 백억의 차익을 실현했겠죠.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긴 주유소의 심화된 경쟁으로 골머리를 앓느니 차라리 너무나 잘한 결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런 개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정부의 허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 및 주거공간 공급으로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선 상황이라 넓은 부지를 차지하는 주유소의 '대반전'은 쌍수 벌려 환영하고 있죠. 실제로 서울시가 개발 중인 강동구 천호역 5,8호선 인근 주유소 부지도 역세권 청년 주택으로 탈바꿈해 2021년 지하 2층, 지상 15층 건물로 탄생할 예정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주유소 개발에 대한 허가의 유연성은 말할 것도 없으며, 용도변경 기준 완화와 용적률까지 높여주는 특전 정도는 제공해야겠죠.

주유소는 차량의 범람과 함께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주는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넘쳐나는 주유소 숫자와 과다 경쟁 등으로 2010년부터 수익률이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지하에 묻은 기름탱크와 시설비 등 들어간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에 쉽게 접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었죠. 집은 없어도 차는 있는 가구들이 늘어나며 주유소 숫자는 전국 13,000여 곳으로 꼭지를 찍은 뒤, 해마다 150~200개씩 문들 닫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제공이라는 큰 틀과 잘 맞아떨어진 셈이죠. 그럼 궁금하신 게 있죠. 돈. 부지 금액은 얼마에 팔렸을까요. 핫하디 핫한 합정역에 있는 SK엔크린 합정 주유소는 2018년 디벨로퍼 더스퀘어 아이앤디가 200억 원에 샀다고 합니다. 현재 지상 20층, 총 144실 규모 오피스텔 '합정역 스케어 리버뷰'로 개발 중인데 2021년 준공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강 조망이 나오는 곳이라 상당한 가격에 팔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통은 또 어떻습니까. 양화대교를 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블역세권인 합정역이 있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뜨거운 홍대를 코 앞에 두고 막강한 놀거리가 지척에 있으니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최적의 주거지가 될 것 같습니다. 건국대학교 인근에 있던 SK청담대교 주유소도 2018년 라움 PFV라는 시행사가 102억에 부지를 샀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서울시내 주유소는 핵노른자 입지에 들어선 경우가 많습니다. 통행하는 차량이 많은 곳일 확률이 높으니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을 수밖에요. 자, 이제부터 주유소 가진 분들은 생각의 전환을 할 때가 됐습니다. 주유소 부지 매각으로 한 방에 빚 청산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으니 축하드립니다. 아니면 싸게 나온 주유소를 빨리 선점하셔서 높은 가격에 매각해 차익을 노려도 좋겠죠. 한 가지. 주유소 지하에 묻힌 탱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은 함정.